몇 번이고 씻고 일어 물기를 뺀 참깨를
프라이팬에 쏟아 붓고 나무주걱으로 살살 젓는다.

 

프라이팬에 열이 가해지자 어느새 성질 급한 녀석들이 하나 둘 튀어 오르기 시작한다.
벌써 엄살을 떨며 멀리뛰기 하는 놈까지 있다.

 

시간이 지나자 노릇하게 색깔이 나면서 제법 통통하게 예뻐진다.

 

 "흠~그렇지. 고통 뒤엔 이렇게 영글어지는 법이지."

 

아, 이놈들이 같은 열을 가했는데도,

?나처럼 미련한 놈은 까맣게 타고
약삭빠른 놈은 요쪽조쪽 궁둥이를 들썩거려 노릇노릇 고소하게 구워지고
겁 많은 놈은 요 구석 조 구석 숨어 다니다가 허연 채로 그대로고
성질 급한 놈은 냅다 프라이팬 밖으로 뛰어 도망가 없어지고
복수심 강한 어떤 놈은 겁 없이 내 콧등을 치기도 한다.^^

 

나도 질세라 도망간 놈들 잡아다 넣으며 말한다.

 

 "뛰어 봤자 벼룩일세. 귀찮게 말고 얌전히 좀 있어라."

 

중얼중얼하는 사이, 어느새 통통하고 노르스름하게 볶아진 참깨.

몇 알갱이 집어 입에 쏙~ 넣는다.

 

 "음~ 고소해."


어느새 주방은 꼬소한 냄새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