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해 노래했던가

그런데 지금 우리나이에  사랑의 쓸쓸함이 늙어감의 쓸쓸함을 이길 수 있을까?

요즈음 늙고 병들고 ......생로병사를 매일매일 라이브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노년 우울증을   무조건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여름 음악 페스티벌을 한다

전후사정 안보고 떠났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페테스부르크,이르쿠즈크,그리고 이번이 세번째라 별 색다른 감흥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여행이라는 설레는 주제가 있으니 일단 기대치 이상일 것같은 기대는  가지고 떠났다.

 첫날은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도박으로 일확천금 하려는 한 청년의 비극적 종말을 그렸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단번에 큰돈을 쥐려는 사람들, 그 중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가장 비열한 것 같다.그런 사람이 많은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비참해진다.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요즈음 기사화된 우리나라의 돈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지만 우리들의 행복의 조건은 너무나 대동소이하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하는데

거기에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라니 ......


마린스키 오페라단원들 특히 주인공을 맡은  분들은 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만  같다.

 노력이 중요하다해고 타고난 능력을 또 갈고 닦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적한단 말인가

처음 본 오페라지만 그들의 유려한 목소리와 세련된 무대 장치 덕분에 4시간 공연이  그리 지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기호 또는 취향은 문자 그대로 각인각색이다

둘쨋날 무용수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무용 관람보다 다음날 본 `백조의 호수가` 내게는  더 감동이었는데

일행 중 제일 젊은 부인은 `백조의 호수`가 졸려서 혼났다고 한다.나야말로 둘쨋날 눈감고 있은 시간이 많았는데......

발레의 여러 스킬을 보여줬던 무대였다.지금 생각하니 그녀는 혹시 발레가 전공인지 모르겠다.

백조의 호수,백조의 군무-그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홀린 나. 정말 오랫만에 홀려지는 실체를 만났다. 

물론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음악이 군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었다.

음악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무섭고 삭막할까


마지막날 이번 축제의 하일라이트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탄생 126주년 기념으로 그의 교향곡, 피아노곡이 연주됐다.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그는 푸친과 친해서 푸친의 동방정책을 도와주려고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한다.

음악회는 30분이 지연됐다.거장 지휘자가  늦게 도착하셨단다.눈 흘기려다가 지휘자의 순박한 미소를 보니 그럴만해서

그랬겠지로 마음이 바뀐다 ㅎㅎ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2번은 불협화음으로 시작된다.음악이 왁자지껄 시작돼 놀라웠다.

우리 인생살이도 불협화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조화롭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이 곡은 사랑스럽지는 않다.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 처음부터 훅 끌리는 곡이 있지않은가

젊은 시절 세종문화회관에서 들었던 김영욱이 우리나라에서 초연한  뷔유땅의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손열음이 이번에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2번처럼.

손열음! 가녀리고 예쁜 소녀가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다.

 휴식시간에 우리 일행은 그녀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자랑스런 딸 아들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이 세상에 있을까?


파이널은 현존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연주곡은 너무 익숙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잘 알려진 곡을 연주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게 맞는 말이다.

피곤이 보이는 바이올린 소리가 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연주가 끝나니 기립박수를 치고 난리도 아니다.

명성에 걸맞는 대접이다. 이런 대접에 익숙할수록 그의 진정성에 들이는 노력은 적어지리라.

 연주자의 콘디션에 따라 연주의 질이 달라지기는 하겠다고 이해한다.

이건 순전히 음악 비전문인인 내 느낌에 의한 것이니 오류가 클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이번 여행은 내가 마치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는 게 지상 목표인 사람처럼 지내다 오는 게 끝인 줄 알고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설 유허비를 본 순간 마음이 막 흔들린다.

이상설이라면 이준 열사와 함께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밀사 중 한 분이다.

그후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후 한줌의 재가 되어 그 재를 강에 뿌렸단다.

그 강가에 아주 나중에 유허비를 세운 것이다.

도대체 애국이란 무엇인가? 순국선열들의 희생은 과연 그들 가족에게도 값지기만 한 것인가

이런 정석에서 어긋난 발칙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져 재가 뿌려진 강가를 서성였다.

이런 기분이 이어지며 우수리스크 고려인 문화센터 모금함에 약소한 돈을  넣었다.

스탈린 시대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소련이 붕괴되고 다시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들으니,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편안한 삶에 감사한 마음을 아니 가질 수없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독수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미국 배우 율부리너 생가,골드혼 다리... 이런 것보다

애국선열들과 고려인들의 발자취를 음미해보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사족 

늙어감의 쓸쓸함이니 뭐니 하던 푸념은

여행에서 만난 77세 할머니를 본  후 엄살같아졌다.

57세 정도로 보여지던 그분!

비결은 끊임없는 운동과 긍정적 사고에 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