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노래모음(비/그림자 따라)

성음, 1973







                                
                        
                
                

                
                
                        

                                슈가 팝의 아이돌 스타, 진지한 포크 록으로 전향하다



1973년이 '포크'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해라면, 이 음반도 그 주역 중의 하나로 빼놓을 수 없다. 1만장 이상 판매된 이 음반과 그 뒤에 발매된 "사랑하는 마음" 등으로 김세환은 1974년 말 각종 상복을 누렸다. 특히 제 10회 TBC 방송가요대상에서는 남자 가수상을 차지했고, 이는 이듬해의 2연패로 이어졌다. 아울러 MBC 10대 가수상, TBC 7대 가수상, KBS 연예대상 등도 수상했다.



보통 김세환의 노래는 "토요일 밤에", "길가에 앉아서"같은 통기타 반주의 흥겨운 포크송이 연상된다. 귀공자 스타일의 해사한 이미지와 솜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와 밀접히 결부된 슈가 팝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의 세 번째 독집인 이 음반은 사뭇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강렬한 전기 기타와 드럼 연주를 덧칠한 포크 록이 등장하는데, 이는 첫 곡 "비"(이장희 작사·작곡)부터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주부터 급박한 느낌의 기타 스트러밍과 함께 볼륨이 큰 드럼 연주가 등장하고 곧 이어 이전에 비해 허스키해진 듯한 김세환의 목소리(이 또한 흔히 김세환의 포크 음악에서 연상되는 맑고 투명한 음색과는 거리가 멀다)가 나온다. 드럼의 강한 백비트와 서스테인이 긴 퍼즈 기타가 합쳐지면 비장미까지 자아낸다. 특히 퍼즈 기타 연주는 노래를 '반주'하는 수준이 아니라 노래와 경쟁하듯이 울어댄다. 거친 질감의 베이스 기타도 앰프를 통한 전기 증폭을 입증하는 듯 활발한 연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러고 보면 음반 표지에서 기타를 들고 철로를 걸어가는 '고독한' 모습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이런 포크 록 사운드가 한 곡에서 맛배기로 들어간 수준은 아니다. "비"처럼 비장함과 강세의 기복은 덜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드럼과 오르간이 주도하면서 강력한 비트를 만들어 낸다. 달라진 것은 퍼즈톤의 기타 대신 클린 톤의 전기 기타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전기 기타의 자유로운 연주는 단조롭기 쉬운 통기타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든가("들어 봐"), 컨트리의 리듬감과 그루브를 만들어 낸다("좋은 걸 어떡해").



한편 뒷면은 조동진이 만든 "그림자 따라"로 시작된다. 무그 신시사이저의 몽롱한 사운드와 전기 기타의 영롱한 사운드의 전개는 여백이 많은 가사의 시정과 함께 산뜻한 풍경화를 그려 놓은 듯하다. 1980년대 중반 어떤 날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서의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의 선례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차이가 있다. 이 곡에서 연상되는 것은 오후의 나른함이 아니고 아침의 상쾌함이다. 섬세하고 치밀한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와  다른 악기들의 조화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화려하면서도 차분한 곡이 낮게 읊조리는 김세환의 목소리에 담긴다.  



이런 분위기는 각 면의 마지막 트랙에 배치된 색서폰 연주곡(황천수 연주)에 의해 또다른 무드를 만들어 낸다. 애조를 띤 블루지한 혹은 재지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앞면의 "애인"에 비해 뒷면의 "누구일까"가 그렇다. 일정한 음정을 유지한 두 음을 동시에 연주하면서 슬라이드 주법을 사용한 기타 연주는 색소폰의 비애에 가득찬 음색을 상큼하게 중화시킨다. 이 두 트랙에서 '김세환'이 실제로 참여한 부분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김세환의 이미지와 연관된 당시 청년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별들의 고향"이나 "어제 내린 비"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뜻이다.



이로써 김세환은 단지 '하이틴의 아이돌'을 넘어서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 방금 언급했던 인맥들이 작용한다. 즉, 연주를 담당한 강근식과 동방의 빛, 작곡을 해준 이장희와 조동진(뒤에는 송창식과 윤형주), 무엇보다도 김세환의 가까운 인척인 나현구 사장등이 숨은 실력자들이다. 그렇다면 김세환이 한 일이라곤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을 다른 사람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일' 말고는 별로 없다는 뜻일까. 그는 개성있는 목소리와 준수한 가창력을 가진 좋은 가수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의 공로는 이들보다 더 감추어져 있다. 다름 아니라 김세환은 그의 늘 웃는 얼굴과 정감있는 목소리처럼 고집 세고 까탈스러운 인물들이 원만하게 어우러지게 만든 인물이다. 하나의 문화적 주체가 형성되는데 이보다 중요한 일도 드물다. 모르는 사람은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그래서 그의 목소리와 이미지는 1970년대 청년문화의 좋았던 시절을 상징할 것이다.   20021208



* 송창훈이 쓰고 신현준이 확대보완함





수록곡

Side A

1. 비

2. 우리의 이야기

3. 들어 봐

4. 좋은 걸 어떡해

5. 애인

Side B

6. 그림자 따라

7. 꽃집

8. 밤바다

9.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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