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이던 오늘 아침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Napa Valley로 Winery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여행은 항상 마음이 즐겁고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더구나 사랑하는 친구, 은사님과의 달콤하고 향긋한 Wine 여행은
더욱 가슴 벅찬 일이다.

안개비에  차창이 젖는다.
바쁘던 지난 주의 일들을 모두 잊어 버리고, 안개비 속에 흠뻑 빠져든다.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과 라스베가스를 돌아온
한 신애와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안개 낀 베이 브리지를 지나,  곱게 차려 입고  
우릴 기다리시는 이 미자 선생님 댁으로 갔다.  혜경이도 와 있었다.

얕게 드리운 구름에 마음도 아늑하고 부드럽다.
포도원 위 언덕에 지은 집들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혜경이가 뜬금없이 "너 처음 키스한 포도원이 여기니?"
똑똑한 애가 너무 좋아 흥분해서 시간 개념이 없어졌나보다.

시골길의 양 옆으로 줄 맞추어 얕게 늘어 서 있는 푸른 포도원에 취해 본다. .  
포도 넝쿨에 영글어 가고 있는 탐스런 포도송이의 향기에 취해 본다.
예쁘게 가꾼 Winery 정원의 꽃 향기에 취해 본다
호박빛 와인 한잔에, 붉은 와인 한잔을 마시니 가슴이 짜릿하고
따뜻해지며 취해 온다.
문득 신혼 초에, 포도주를 입에 담아  입으로 건네 주던 생각이 나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Napa Valley에만 350개가 넘는 Winery가 있다.
잘 꾸며진 로버트 몬다비,  영화 “대부” 감독의 코폴라,  세계적으로  맛좋은 Duckhorn,
나파베리에서도 금싸라기 땅에 있는 Pine Ridge,  국가 원수들이 즐겨 찿는 Grgich Hills,  .
카버네 소비뇽이 세계 최고인 Stag`s Leap, Whitehall Lane,  Clos Du val, 오퍼스 원 등의 포도원에 갔다.
화이트 진판델이 유명한 Sutter Home에서는 주인이 같은 트린케로의 달콤한 모스카토가  너무 맛있어
특별한 날을 위해 한 병 샀다

여든 살의 선생님 어머니께서는 “대부” 소품을 보기 위해 2층 계단을 오르 내리 시면서도
힘들어 하지 않으시고 젊은이 같으시다.  “모두 다 하나님의 은혜지요.” 말씀하시며…
코스모스, 장미, 다알리아. 칸나와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한 정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나란히 앉아 포즈를 취해 본다.  
사진사 남편은  잔디위에 엎드려 찍고…
아름답게 꾸며진 시음장을 함께 둘러 보는 것만해도
서로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빨간 와인을 마시며 달콤한 사랑을 속삭였을까?

숲속 Park에서 준비해 간 차콜로 바베큐를 함께 구우며 신애는 연신 감탄한다.  
“야,  참 좋다. 나는 참 행복하다. 너무 행복하다.”며  빠른 말로 중얼 거린다.
같이 못 온 딸을 아쉽게 생각하며…
“저녁엔 우리집에서 만두국 끓여 먹자.”며 집에서 키운 고추와 상추, 오이에,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찍어 주시는 이 미자 선생님과  사부님…  
커피와  과자, 여러가지 과일을 준비한 혜경이의 손길에 사랑이 묻어난다.  

밝은 햇빛 아래 푸른 잎 사이로 주렁주렁 달린
영근 포도송이를  받쳐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경숙아, 이번 30주년 Home Coming 행사에 꼭 와라, 응?”
이렇게 우리의 꿈도, 우리의 우정도, 우리의 사랑도 함께 영글어 간다.



                                            
                                                                  7월 31일 20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