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季節에 한번 쓸까말까 한 田園季記.
올해는 비가 자주 오고 기온까지 높아서 무성해지는 초목이 집을 에워싸서 마치 적에게 포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큰 나무는 장군처럼 압도하고 무성한 풀들은 보병처럼 땅을 점령했고 모기떼는 공중비행을 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침을 쏘아댄다. 나는 이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강력한 무기인 포클레인을 동원해 화단 한쪽을 헐어냈다. 포클레인기사는 화단을 헐어내면 상당양의 돌과 흙 그리고 초목의 잔해들이 쏟아져 나올 텐데 폐기물 처리업체에 연락해서 버리라고 충고를 했다. 그 충고를 무시하고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무모한 선택을 하고 산더미 같이 쌓인 돌과 흙 초목들을 여름 내내 비지땀을 흘리며 정리를 했지만 집안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정리하면서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광경들을 마주하면서 내가 참 잔인한 철거업자였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화단에 살던 벌레와 새들은 하루아침에 안식처를 잃었고 뿌리째 뽑히고 잘린 초목들은 강제 화장을 당하여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찌는 삼복더위에 비지땀 흘리며 말린 나뭇가지를 화덕에 태우고 또 태우다가
나무더미 속에서 발견한 새둥지
그리고 데크 위에 떨어져 깨진 새알. 나뭇가지를 옮길 때 떨어졌나보다.
메추리알의 1/3 정도로 작고 앙증맞다.
태아 아닌 태조(胎鳥)를 죽인 거다.
포클레인 작업 중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곡괭이와 삽으로 밑동가리를 파내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그런데 나무가 이렇게 절규하는 것 같다. “내가 너희보다 이 집에 먼저 이사 왔고 더 오래 살았다. 죽어도 방 못 빼 ” 이 무겁고 질긴 나뭇등걸에게 방 좀 빼달라고 통사정해야 할 판이다.
지름 70㎝ 고무다라 연못에서 연은 꽃을 못 피우고 부레옥잠한테 포위당한 채 시름시름하다. 대신 이 작은 연못에 개구리가 알을 낳아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올챙이가 꼬물거리더니 작은 개구리들이 여기저기서 폴짝폴짝 거려 사람을 놀라게 한다.
개구리가 많으면 뱀이 먹이 사냥을 올 텐데..... 그래도 그렇지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손님이 허물을 벗어던지고 가셨다. 어느 날 아침 담장구석에 못 보던 긴 비닐이 있어 꺼내보니 뱀허물이었다. 길이를 재보니 1m25㎝가 넘었다. 이 정도면 구렁이가 아니었을까? 마주쳤다면 간 떨어질 뻔 했네.
옆집 호박이 우리 집 담장을 넘어왔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고 좋아했는데 좋다가 말았다. 꽃이 피었다고 다 호박을 맺는 것도 아니고 호박이 열렸다고 제대로 자라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자란 호박 한 덩이가 커지면서 힘들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항아리 위에 고이 모셔놓고 단단하고 달달한 늙은 호박이 되시라고 했더니 웬걸 꼭지가 썩어 똑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호박 속도 골아버렸고. 세상에 모든 생물은 수많은 난관과 세월의 비바람을 견뎌내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구나.
지난 가을 산책길에 누군가 떨어진 단풍잎으로 하트를 만들어놓았더군.
우리 동문 모두 곧 다가 올 추석을 이 단풍하트처럼 예쁘고 따스한 가슴으로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