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그친비가 저녁이 되니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저녁에 2가지 할일이 있는데.....

우선은 우리 바느질 아줌마가 주택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해서
깨끗이 정리된 집은 보여 주고 싶으신지
둘르라는 말씀이 있었고

두번째는 오뉴월 복중에 태어난
동생신랑의 생일이 오늘이니 꼭 오라는 동생의 부탁이 있고......

어차피 바느질 아줌마네는 오늘이 아니래도 가야할 터
겸사해서 두집 순례하면 이틀 걸릴일을 하루에 다 보게 되니
실행하기로하고
농협슈퍼에서 화장지 뭉치 사들고 나서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마을버스타고 가는 초행길에 비까지 오시다니....
우산 준비도 않했는데......

얼추 가까워진 동네에 다다른것 같아
옆에 서있는 학생에게 물으니
하필이면 이어폰 끼고 음악듣기에 심취해 있을줄이야~~~

친절한 아저씨가 지금내려서
오던 방향으로 내려가 좌회전 하면 아파트가 나온다나?????
버스에서 내린 나에게 큰소리로 알려주며 손짓으로 방향까지 친절히
가르쳐 주시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제법 무게까지 나가는 화장지들고 의심없이 가르쳐 준데로 가니
내가 찾는 아파트는 1차인데
여기는 2자로 나가는게 2차인 모양이다.
근처를 둘러봐도
1자 비슷한 곳은 보이지 않고
추줄 추줄 비는 얄궂게도 계속 내리고....

할수없이 전화로 방향 잡으려고 아줌마에게 전화하니
안받은시니 어이된 일인지????
3번 4번 전화해도 무응답 ~~~~
신호음만 계속 가고.....
이럴땐 어찌해야 될지? 난감하기 짝이 없느데
우선 부동산 추녀밑에 비 피해 자리잡고
시간 좀 죽인뒤에
다시 전화하여 아줌마 목소리 듣는순간
화도나고 반갑기도하고 심통도 나고~~~
손님들 배웅하러 나간 사이에 내가 전화를 하였다고.....

우산들고 마중 나오라는 내 목소리는
분명  심상치 않았는지
대번에 그자리 가만히 있으라며 전화를 끊으신다.

좀 있으니 예쁜 딸이 우산갖고 마중 나와
앞서서 인도하는데
내 서있는 장소 가까운 곳에 딸네 집이 있었던 모양이다.

서울과 근교에 사는 아들들 다 출세해서 잘사는데
독립심 강한 아줌마는 절대루 아들에게 짐 지고 싶은 마음이 없으셨는지
딸 성화에 그나마 딸네 근처로 터를 잡으신듯하다.

70넘은 나이에도 꼿꼿하게 바느질 하시는
우리 아줌마는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공무원이신 남편덕에
연금 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하실 수 있는데
건강이 허락하시는 한 심심하면 안된다고
취미 생활 하신다며
문간방에 재봉틀 놓으시고 방음장치도 해놓으셨다.

모든것을 긍정적으로 사시는 아줌마~~
바느질로 버시는 돈은 이웃과 사둔댁에까지 고추며 김치 믿반찬으로
두루두루 나누시며 기뻐하시는 아줌마~~
오늘은 일본가는 손자위해 깍두기 담으셔야 된다며
당신이 담근 깍두기가 제일 맛있다는 손자말 한마디에
즐거움으로 거절 못하시고 일을 사서 하시는 아줌마~~
시부모님 살아생전에 시댁식구 모두 거느리며
시부모님 봉양 잘해서 청와대 까지 가서 효부상타고 텔레비 까지 방송 탄 대단한 아줌마~~

과잉 친절로 잠시 고생시킨 아저씨 때문에 심통은 났었지만
바느질 방을 얌전히 차려 놓으신 아줌마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은 스르르르~~~~
존경의 마음으로 기분이 가벼워 지고~~~
벌써 늦어진 밤
우산 하나 얻어들고
동생네 집으로 향하는 내귀엔
추줄추줄 내리는 빗방울 소리가
리듬타고 들리는듯~~~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가벼워지며
콧노래가 절로 흥얼 흥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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