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가도 되는데 굳이 주말로 잡은 건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몸에 배인 습관이 이리 무서운가 보다.
하긴 주말에 가면 사람들도 많이 보니까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
말로만 듣던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에 다녀 왔다.
뮤지엄 산은 한솔제지에서 운영하는 재단이라 종이의 역사나 재료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고, 종이로 만든 작품이 기본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온실 안에 있는 파피루스
사주 단자에 적혀 있던 혼수품들
옷본
이번 뿐인지는 잘 모르지만 James Tuerell이라는 작가의 빛을 소재로 한 작품을 테마 전시로 하고 있었다.
위의 것은 박물관 1층 입구에 있는 일종의 설치 작업이고, 메인인 제임스 터렐의
Colorful Night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보여 줄 수가 없네.
뭐라고 잘 설명을 못 하겠는데 어두워지기 한 시간 전 쯤에 시작해서 완전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끝이 나는 빛의 공연(?), 발표(?), 전시야.
같이 간 친구의 말에 의하면 -사물의 존재를 빛나게 하던 조연의 역할에서 빛 그 자체가 주연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파노라마-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일종의 명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제임스 터렐은 퀘이커 교도이면서 심리학을 전공한 미술가라고 하더라.
퀘이커 교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몇 년을 지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종교와 관계 없이 그냥 공부하러 간 사람이었는데.
그 동네의 교회는 특별히 교회라 할 것 없이 그저 동그랗게 앉을 수 있는 마루에서 혹은 의자에서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몇 시간이곤 있곤 한대. 그러다가 누군가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기도를 한대. 그러면 같이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 말 없이 마음을 함께 한다더구나.
이 사람은 그때 영어도 안 들리고 갈 길이 너무 막막해 몹시 위축되어 있을 때였는데
앉아 있다가 부족한 영어로 자기의 심정을 술술 이야기 했다더구나.
자기가 미국에 있으면서 가장 위로받고 고마웠던 시간이었다고 하더라.
이 공연의 입장료는 5만원이나 돼 쉽게 가 보라고 하기가 좀 그렇지만
참 좋은 공연이었어.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야 해. 뚫린 하늘을 보며 누워서 보는 거거든.
조용하고 풍성한 가을 모습을 보며 좋은 시간을 가졌단다.
원주는 가깝고도 조용해서 다녀오기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더구나.
오크벨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거기서 하루 숙박하고 천천히 하루종일 거닐어도 좋아.
오는 길에 용문사도 들르고.
참! 이 뮤지엄 산 건물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야.
물과 건축과 주위가 잘 어울린.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같이 간 친구가 찍은 거야.
사진이 정말 좋지?
자코메티 작품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 나 이분의 작품
을 좋아하거든.
헨리 무어의 작품도 여러 개 있어.
좋은 시간 보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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