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주행
박 찬 정
출발도 늦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가기도 빠듯한데 고갯길에서 골재 실은 덤프트럭을 만났다.
앞지르기를 하기에는 위험한 길이다.
바쁜 마음에 조바심내며 따라가는데 갓길이 보이자 앞차가 깜빡이등을 켜고 비켜서며 길을 내어준다.
덕분에 주행 속도를 낸다. 트럭이 뒤쳐져 따라 온다.
어머니가 속옷 몇 벌 챙겨 요양병원에 입원하신지 두 해가 지났다.
집에 돌아오셔서 살림하며 사실거라는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사시던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바쁜 일에 쫓기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코앞에 닥쳤다.
마음은 바쁜데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손은 느리다.
노인의 고운 때가 탄 토끼털 배자와 누비저고리, 두루마기는 쓰레기봉투에 담겨 넝마로 나갔다.
평생 애착을 갖고 쓸고 닦던 장롱과 소소한 살림살이는 적지 않은 돈을 수거료로 내고
한 차 실어냈다.
기억의 끈이 풀리고 당신 몸 하나도 추스르지 못 하지만
생존해 계신 어머니의 집이며 옷가지, 살림살이를 처분하는 일이 순서를 어기고
앞질러 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집안은 거칠 것 없이 휑하다. 며칠 후 잔금을 받고 명의를 넘겨주면 이 공간과의 인연은 끝난다.
노인의 것은 손수 장만해 놓은 수의 보따리와 주민등록증 그리고 아무데도 쓸 일 없는 목도장뿐이다.
내가 어머니의 살림에서 추려내어 가져 온 것은 눈이 맵도록 좀약 냄새가 나는 보따리 몇 개가 전부다.
며칠간 밖에 두고 거풍시켰어도 좀약 냄새는 여전하다.
아들은 어릴 때 이 냄새를 할머니 집 냄새라고 했다.
어느 날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보았다. 큰 보자기에 싸여 있는 것은 어머니의 수의다.
어머니가 예전에 손수 짠 삼베로 수의전문점에 부탁해 지어놓으셨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보는 것은 처음이다.
겹겹이 입히는 갖춘 수의가 아니라 화장(火葬)이 일반화 된 시대에 맞추어 가짓수를 간소화한 것이다.
어머니는 먼 길 갈 때 입을 옷을 진즉부터 장만해 놓고
온 길을 되돌아 갈 수 없는 갓길에 서서 두 해를 보내고 계시다.
또 다른 보따리에는 흰 옥양목 두루마기가 다섯 벌 들어 있다.
두루마기마다 이름표가 붙어있다.
내 남편의 이름, 장조카의 이름, 그리고 시누이 남편 이름이다.
또 하나 이름을 보고 멈칫했다. 시외삼촌 이름이다.
어머니가 여러 동생 중에 막내 동생 두루마기 한 벌을 해 놓으신 연유를 짐작해 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해방되기 이태 전, 시외조부께서는 혼기에 차지도 않은 열여섯 살 맏딸의 혼인을 서둘렀다.
정신대에 끌려가는 것을 면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시어머니께서는 거역할 수 없는 어른들의 말씀에 따라 업고 있던 막내 동생을 내려놓고 초례를 치렀다. 얼떨결에 쫓기듯 시집 온 열여섯 살 누이는 늘 등에 업혀있던 막내 동생이 눈에 선했다.
맏이와 막내, 그 사이에 많은 형제가 있어도 두 사람은 각별히 도타웠다.
막내에게 맏누이는 늙은 어머니 대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맏누이의 장남과는 숙질간이라기 보다
형제나 친구처럼 같이 컸다.
막내 시외삼촌은 맏누이인 시어머니가 친정부모를 설득한 덕분에 서울로 진학했고,
친정 살림 뻔히 아는 맏누이는 구메구메 동생의 학비를 보탰다.
막내 시외삼촌과 형제처럼 지내던 시아주버니가 마흔 중반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외삼촌은 맏자식 잃은 누이 가까이 살면서 위로하고 빈자리를 대신했다.
그 동생의 몫으로 옥양목 두루마기 한 벌 해 놓으신 데는
당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돌봐달라는 부탁이자
앞질러 간 장남을 대신하여 곁을 지켜 준데 대한 어머니 나름의 보은이 아니었을까.
그런 막내 시외삼촌이 지난 해 돌아가셨다.
영정 사진으로나마 마지막으로 동생 얼굴 보시라고 빈소에 모시고 갔다.
사진을 보는 어머니 표정에는 아무런 기억도, 슬픔도 없다.
산다는 의미와 존엄을 잃어버린 어머니를 보는 일은 억장이 무너지는 괴로움이다.
그토록 정갈하시고 부지런하시던 어머니가 한 평도 안 되는 침상에서
해가 돋는지 저무는지도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다.
어머니가 갓길에 엉거주춤 서 계시는 동안
흰 옥양목 두루마기 입고 당신 초상 치러 주리라 믿었던 막내 동생은 맏누이를 앞질러 먼 길을 떠났다.
막내 동생뿐 아니라 큰 동생 그리고 손아래 올케와 제부도 앞질러 갔다.
이제 어머니도 갓길에서 벗어나 주행의 흐름에 맞추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모님이 가신대도 막아서야 하는 것이 자식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불효막심한 패륜이다.
‘어머니! 갓길은 비켜서서 잠시 머무르는 곳이지, 길게 주차하는 곳이 아닙니다.
갓길에서어머니를 앞지르기 하는 참척 그만 보시고 이제 그만 주행선에 들어서시지요.’
빈 껍데기가 다 된 어머니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내 마음을 어머니는 아실까?
내리다니 무슨 말?
이 글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열심히 열심히 살아도 한백년인데 지금 70년을 살았으니 내 앞에 남은 세월이 얼마일까?
곱고 아름답게 살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겠지?
?성탄전야도, 성탄절도 ?모두 잘 끝내고(성당에서 어묵탕에 각 구역 준비음식 부페)
?'박싱데이'인 오늘은 온 가족의 모임을 위하여
오븐에선 터어키 두 마리가 자리하여 잘 구워지고 있는 중에...
잠시 이 앞에 앉아서 묵상하게 만드는 글을 읽으면서
가슴뭉쿨, 눈물(?가슴에서 올라올 때마다 항상 눈이 넘 아파요)로 눈청소를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사시는동안 건강하게 사시다가
천상영복하시길 빕니다.
이 기도는 저의 친정엄마께도 늘 드리는 기도입니다.
모든분들의 영육간 건강과
새해 정유년엔 나라의 평정과 함께 큰 복을 받으시길 빕니다.
뭘 잘못 눌러 장문이 휘리릭~!
쓩~!!!
아이구 소리가 저절로...
찬정이의 소회(所懷)에 내가 왜 뜨끔하니?
지도 저지른것이 있는건지....ㅉ
그래도 휙 달려 가믄 뵐수 있으니 것만도 감사,
젊으실 적 총기 있으셨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 아프지만
어차피 인간사 다 그런것...!
그 총기좋으신 어머님도 세월에는 어쩔수 없으시니
그나마 네가 버티고 있어 마음 놓으실듯.
10여년 엄마 모시면서 내딸은 나처럼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세월이 자꾸만 가고 머릿속이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니 11살짜리 손주에게 까지도 의지가 되는건 어쩔수 없네.
아직 살아 계셔 뵈러 갈수 있는 것만도,
이렇게 라도 당신을 애틋해하는 메누리가 있으심도...
찬정이 시어머님은 행복한 분이실세.
안주인이 그집의 기둥이니 건강 잘챙기고
지금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지내렴
?에구~ 찬정아~
글 내릴 생각은 아예 접어라.
니 얘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얘기구먼.
아버님 생각에 나도 눈시울을 적셨네.
돌아가시기 몇달 전부터 자꾸 저승사자가 보이시는지 손으로 훼~저으시면서 "그냥 가라~" 하고 소리 지르시던 일.
우리 딸이 그 얘기를 듣고 "할아버지 ~ 우리 엄마 고만 힘들게 하시고 그냥 따라가세요" 하던일.
막상 아버님 돌아가시자 우리 딸이 지가 했던 말 생각하고는 가슴아파 하더라.
때마다 유자며 죽순이며 필요한 사람에게 힘들단 말도 없이 다 따서 부쳐주는 너의 그 고운 마음을 우리가 다 아는데
니가 어머니를 때렸다 해도 우린 아마 이유가 있겠지 할꺼야~ㅎ
읽고 나니 나도 너의 어머니가 어서 갓길에서 주행길로 들어섰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운내서 조금 남은 어머니의 여행길 잘 돌봐드리기를~
?
?
나의 진정한 소망 하나 ~
결코 갓길에 서서 지나가는 뒷차를 보지 않고
물 흐르듯이 주행선을 따라 주욱 달려서
내 아버지 집까지 무사히 도달하게 되는 것 ~
치매 환자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겁니다.
겪어 봤대도 저를 욕하는 사람 많을테지요.
직접 어머니를 돌보지도 않고,
어쩌다 한번씩 삐쭉 들여다 보는 게 고작인데다
당신 사시던 집 팔아서 병원살이 하시는 것인데 웬 성화냐 하겠지요.
하지만 삼 십여년 가족으로 살면서
두루 두루 거두고 살피던 엽렵한 마음씀씀이,
며느리가 마땅치 않아도 눈 질끈 감아주던 너그러움,
나랏일을 맡겨도 너끈이 하실거라고 놀렸던 어머니의 총기
어머니의 그런 세월을 알기때문에
부서지고 망가져가는 어머니를 보는 심정은 말 할 수없이 안타깝지요.
사실은 공모작 하나를 쓰려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는데
공모에 이런 글 내면 절대 안 뽑아 줍니다.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나이 든 분들이라서
자신들의 앞날를 보는 것 같은 이런 글은 심란해서 아예 제켜놓습니다.
심란해서 아예 제켜놓더라도 곧 공모하시길
바라게 되네요, 읽고 또 읽으니요.
찬정언니의 마음 길을 따라가듯
자꾸만 눈시울이 젖네요.
찬정아........
글을 읽으며 마음이 짠해 옴을 느낀다.
너의 그 아픔 마음과 안타가움이
고스란이 그려지면서 ........
나 또한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나이를 하나 더 먹으려는 찰라에 읽는 찬정언냐 글이
가슴을 묵직하게 합니다.
혹여 딸들에게 짐이 될까 질병보험을 챙기게되더라고요.
저도 무지 나쁜딸이었었죠.
치매로 두 해 정도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큰산 같았던 엄마의 부재가
가져다주는 막내딸년의 상실감과
무너저가는 엄마에게 작은 둔덕도 되어주지 못한 죄스러움이 교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언냐~
공모작으로 망서림없이 투고하셔요
지난 해가 되어 버린 사흘 전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갔습니다.
같은 병실 저편에 계신 할머니가 생신을 맞았는가 봐요.
(참고로 우리 어머니가 계신 병실은 운동장만한 병실에 아홉 침상이 있습니다)
중노년의 여자들이 거동 못하는 할머니의 침상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자기를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 내가 누군지 알아? 네째 딸. 알지?'
'어무니! 저 작은 며느리예요. 얼굴 기억하시지요?'
그 할머니는 딸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딴소리만 하는 모양입니다.
꾸부정하게 섰던 중노년의 핏붙이들은 근처의 보조의자를 죄다 끌어다 놓고 앉아
케익을 잘라 먹고, 귤을 까먹으며 어머니 생일잔치를 합니다.
나는 어머니 침상 모퉁이에 걸터앉아 쓸데없이 남의 집 자식 수를 헤아려봅니다.
작은 며느리라 하고, 넷째 딸이라 하니 자식이 적어도 여섯은 되는 모양인데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병든 어머니를 곁에 모시고 돌볼 사람이 없구나.
뉘집이나 다 그렇지.뭐.
재미난 얘기 하나 할까요?
우리 어머니는 내가 가면 늘 개 안부를 물어보세요. '느그 개 잘 있니? 많이 컸지?'
당신 아들 안부를 묻는 법도 없고, 당신 손자 잘 있냐고 물어보시는 일도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안 물어 보시데요.
내가 '어머니 ! 개 잘 있냐고 안 물어 보세요? '했더니
그때부터 계속
'느그 개 잘 있지?'
'예. 잘 있어요.'
식혜 한 모금 마신 후
'식혜가 참 맛있다. 느그 개 잘 있지?'
'예. 잘 있어요.'
호박죽 한 숫갈 잡수시고
'호박죽이 참 맛있다. 느그 개 잘 있지?'
같이 있다가는 내가 헤까닥 할 것 같아서
가지고 간 그릇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을 싸니
'에구~ 어두바서 우째 가것노.'
(그때가 오후 2시, 창으로 햇볕이 쨍쨍 비추는데도)
근데 나두 치맨가? 이런 얘기 뭐하게 하지?
?에구~ 그렇게 나한테 잘해 주시던 아버님도 돌아가시니 어깨에 올려져있던 돌덩이가 내려진듯하데.
?그렇게 몇년 지나고 나니 이젠 아버님이 너무 그리워지네.
뭔 얘기를 해도 다 이해가 된다.
나이를 그만큼 먹었다는 것이겠지.
암튼 수고하는구먼.
거제댁 화이팅.
찬정아~~~~오랜만에 들어와서 해 바뀌고 읽었네!!!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리네.
고우니 미우니 40년 함께 사시다가 2년 전부터 치매 앓으시다가
결국 데이케어 6개월, 요양원 6개월로 종을 치셨단다.
요양원에 가서 저 누구냐고 여쭈면 한참 있다가 생각이 안난다 하시더군.
그렇게나 좋아하시는 손자 손녀도 못 알아보시는데 가슴이 아프더라.
세월이 빨라 지난 1월 1일 1주기를 맞았어!!!
묘 앞에서 기도문을 읽는데 왜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주첼 못 했단다.
찬정아 네 말대로
엄니도 이제 그만 주행선에 들어스셔야 하는데........
나의 미래를 본다 생각이 들어서 많이 슬퍼지네.
제가 괜히 이런 글을 올려서
여러 봄님들 마음 우울하게 만들었는갑네요..
머지않아 치매 치료약이 나오지않을까요?
고혈압인 사람이 몇년이고 꾸준히 약 복용하는 것처럼.
너무 지레걱정하지 마세요.
일본에 있을 때 나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쿠리하라 선생의 좌우명이 생각납니다.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 말자.
?내일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일을 오늘 지레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할 일도 있는데 내일 할 일까지 미리 하느라 무리하지 말자. 그런 뜻.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지요.
살면서 생각해 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예요.
그런 마인드가 인생을 만드는 것인지
그 선생은 언제나 잘 웃고, 부지런하고, 허세 없이 당당합니다.
광숙 언니!
인간관계에 참여도가 많은 사람 치매에 걸릴 확률 적다고 하는데
참여도라면 광숙 언니가 당연1등이잖아요.
잘 삐지고, 외롬 타고, 별것 아닌 일에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
치매 걸리는 확률이 높다네요.
'나헌티 하는 말인가벼' 켕긴다면 치매예방도 할겸
훌훌 털어버리시길.
제 속으로만 생각할 것이지
버선목 뒤집듯이 속내를 홀랑 까뒤집어 보이는
저는 참으로 발칙한 년입니다.
잔 돌은 묵묵히 서서 맞겠지만 굵직한 돌이 날아오면
슬그머니 내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