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교단은 흔들리지 않는다

최근 벌어지는 교육위기 교단 황폐화와는 달라
예비교사들의 열정 보면 이땅의 교육미래 밝아
                                                                                         김진규·공주대 사범대 학장


                                                                                        

1964년 5월 15일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마흔한 번째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그러나 요즈음 교사와 학교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대학입시 평가에서 내신의 비중을 높이려 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바뀐 제도로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1 학생들의 집단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또 교원평가제의 실시를 놓고도 교육부와 일선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서로 다른 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계의 안팎에서 현재 우리 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교사의 위상이 추락되어 긍지를 잃고, 학부모나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하였다고 한다. 학부형이 학교를 찾아가서 수업 중인 교사를 폭행한다든지, 중학생이 자기를 가르치는 여선생을 때렸다든지, 심지어 교사가 제자들에게 파렴치한 짓을 저질러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 교육이 황폐화되고, 교단은 흔들리고 있는가?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 교단은 힘겹지만 잘 지켜지고 있고, 대부분 교사들도 스승으로서 사도를 잘 수행하고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혼란을 마치 우리 교육이 망한 듯이 보는 시각은 잘못된 비약이다. 교사들이 최소한의 직업의식이나 권리를 주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교단을 황폐하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교환교수로 1년여 동안 미국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졸업반인 4학년 학생들이 가까운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실습을 참관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 비해서 조직적이고 철저히 진행되었다. 그런데 얼마 뒤 그 근처의 학교에서 학생이 학교에 불만이 있다고 총기를 난사하여 수십 명이 죽고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다. 대부분의 학교마다 교문 근처에 무장한 경찰들이 하루 종일 학교와 아이들을 감시한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교단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요즈음 사범대학 4학년들이 교육실습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배웠던 지식을 이제 예비교사가 되어 교육 현장에서 실제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의 경우, 약 1000명에 가까운 예비교사들이 100여 곳의 중등학교에 흩어져서 실습을 하고 있다. 그들을 만나서 대화해 보면, 하나같이 높은 교육적 열정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순수한 교육애, 교과 교육에 관한 끝없는 탐구, 교직에 대한 보람이 넘쳐흐른다.


맹자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일이 군자(君子)의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라고 했다. 굳이 영재가 아니면 어떤가. 남보다 머리가 좀 열등하다 해도, 혹은 지체가 자유롭지 못하다 해도 이들에게 인생의 희망을 주는 가르침은 더없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훌륭한 스승을 낳는 교직 풍토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 교사들의 일은 교사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최근에 우수한 학생들이 사범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들이 교사가 되어 훌륭히 교육현장을 이끌게 되면,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는 보장받게 될 것이다. 여기 예비교사들의 밝은 웃음이 있는 이상 교단이 흔들리는 일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