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찬란한 유월에/ 김옥인
일년의 열두달마다 개성이 있는데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달이 유월이다.
올해는 찬란하게 빛나는 유월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나 해질무렵 부드럽게 펼쳐지는 기운을 느끼며 들을 걷다보면
해가 바로 떨어지기 전에 반짝 눈을 부시게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로버트 브리지스의 싯귀가 저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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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 오면 / 로버트 브리지스
유월이 오면 나는 하루 종일
내 사랑과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산들바람 하늘에 흰 구름이 짓는
저 높은 곳 해바른 궁궐 바라본다네
그녀는 노래하고 난 노래 지으며
온종일 아름다운 시 읊조린다네
건초 집에 둘이서 남몰래 누워 있으면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When June Is Come
-Robert Bridges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h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She singth, and I do make her a song,
And read sweet poems whole day long;
Unseen as we lie in our haybuilt home,
O,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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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S. 브리지스(1844-1940)는 영국의 시인, 수필가. 옥스퍼그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소아과 병원에서 근무했으나 1882년 부터 순순한 감정과 운율을 살린 시를 쓰는데 전념했다. 시집 <Shorter Poems>를 통해 시인으로서 명성을 얻었고 1913년 계관시인이 되었다.
장영희가 남긴 글-마치 한 폭의 맑고 투명한 수채화같이 6월의 전원 풍경을 깔끔하게 묘사한 시다. 모든 감각적 이미지(시각적, 후각적, 청각적-white, sunshot, scented, sweet, breezy, song 등)을 총동원하여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궁전, 햇빛 쏟아지는 언덕 그리고 풋풋한 건초더미 속에 호젓하게 앉아 있는 연인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시적 기교를 피하고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여 화자가 느끼는 삶의 환희를 솔직한 어조로 전달하고 있는 이 시는 1연에서는 풍경을 묘사하는 큰 그림을 그리다가, 마치 카메라가 점차 피사체를 좁혀가듯 2연에서는 화자와 연인을 클로즈업 한다. 시 전체를 통해 사용한 day/hay, high/sky, song/long, home/come의 거의 완벽한 각운(rhyme)은 화자가 사용하고 있는 자연의 질서와 삶의 환희에 대한 찬미의 목소리에 잘 맞아 떨어진다.
자연은 계절마다 아름답지만, 6월에 유독 더 눈부시다. 푸른 물이 뿜어나오는 진한 진초록 잎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자연이 가장 싱싱한 생명의 힘을 구가하는 때다. 사람의 삶에도 계절이 있다면, 나름대로 모든 계절이 의미 있지만 단연 청춘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나릇나릇한 몸매와 통통튀는 용수철 같은 발걸음, 온몸으로 발산하는 생동감, 삶에 대한 도전과 자신감-모두 멋있지만,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아직은 낭만을 잃지 않고 달콤한 사랑에 빠지는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청춘의 달 6월을 사랑의 달로 불렀고, 레오 로빈이라는 작사가는 오래전 <1월 속의 6월(June in January)>이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부른 적도 있다.
‘사랑에 빠졌으니 1월 속의 6월이네! It’s June in January because I’m in love!’
로버트 S. 브리지스는 1913년부터 1930년까지 17년 동안 영국 시단의 대표로, 왕실에서 임명하는 계관시인(the poet laureate)이었다. 그의 시들은 항상 기쁨과 희망,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데, 그 희망의 원천은 앞에 인용한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부분 자연과 인간의 합일이 가져오는 신비주의적 순간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완벽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연시 <깨어나라, 내 가슴이여, 사랑받기 위하여 깨어나라(Awake my heart, to be loved, awake)>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완벽한’ 사랑은 싱싱한 육체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청춘의 사랑이다.
‘청춘’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괴테가 생각난다. 대학 때 독문학을 부전공했는데도 지금은 다 잊어버려 독어에 거의 까막눈이 되었지만, 청춘을 갈망하는 파우스트의 처절한 외침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폭동의 심장을 가졌던 그날들을 내게 돌려달라. 환희가 너무 깊어 고통스러웠던 시절, 증오의 힘 그리고 사랑의 동요- 아, 내게 젊음을 다시 돌여달라!”
그 ‘폭동의 심장’을 가지 청춘을 다시 살라면 난 아마 파우스트처럼 선뜻 예스라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향기로운 초여름 6월이 오면, 아름다운 하늘, 꽃, 숲, 미풍을 느끼며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하고 노래하는 마음만은 늘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장영희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샘터 간)에서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의 정경을 9기에 올렸습니다
http://www.inil.or.kr/zbxe/?document_srl=2442119
옥인언니
뒷모습이 처녀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엘에이의 유월은 무척 덥습니다만
해가 지고 창문을 열면 제가 좋아하는 초여름의 향기가 무척 좋습니다.
얼마 안 남은 유월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반가운 경수후배!
뒷모습을 즐겨 찍는 사람이 옆에 있는 까닭에
요즘 종종 뒷모습이 찍히고 있답니다.
"저기 가 서봐봐 찍어줄께" 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가기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찍는 거에요 ㅎ
지난번 정원축제에서도 그래서 찍힌사진이 있어서 올려봐요.
올해는 6월 21부터 여름시작이라고 하네요.
좀 더 더워지겠지요
경수후배도 올 여름 맞이를 즐겁게 하기를 바래요.
Wilhelm Backhaus plays Mendelssohn Rondo Capriccioso Op.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