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
달려가는
고향집 마당에는
연분홍 복숭아꽃 흐드러지게 피었네

그 꽃잎 떨어진 자리
솜털 보송보송 열매 열리던 그 밤

비바람에 떨어진 몇 개의 낙과는
조무래기들 하루종일 소꿉놀이
풍성한 식탁되고



어디선가 들려오던
낯익은 하모니커
노래소리따라 가보면

늙으신 아버지
저녁 한 잔 술에
푸른 하늘 은하수
울려 퍼지고

토마토 향기에 취하던
옆집 화교네 원두막
여름 한나절이
길기만 했던 그 시절

멱 감으며
바위 아래 가재잡이
비오는 날
버들치 따라 걷던
미류나무 우거진
그 길

벼메뚜기 따라 뛰어놀던
논둑 언저리에
강아지풀 사냥군 되어
돌아오던 그 충만함이여

잠 안오는 밤
달려가는 고향집에는
구수한  칼국수 내음

어머니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