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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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고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려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2018.01.19 22:50:26 (*.114.144.111)
Ludwig van Beethoven
An die ferne Geliebte op.98 (Alois Jeitteles)
Auf dem Hügel sitz ich, spähend 0:00
Wo die Berge so blau 2:43
Leichte Segler in den Höhen 4:26
Diese Wolken in den Höhen 6:04
Es kehret der Maien, es blühet die Au 7:15
Nimm sie hin denn, diese Lieder 9:27
Dietrich Fischer-Dieskau
Jörg Demus
Studio recording, Berlin, 14-18.IV.1966
광야의 예언자’ 함석헌 선생은 우리 문학사에서 잊혀진 존재이지만, 선생은 평생 300여 편의 ‘시 아닌 시’를 남긴 바 있습니다. 몇해 전인가 어느 학자는 함석헌의 『수평선 너머』라는 종교시집을 <20대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한 적도 있습니다. 어쨌든 함석헌 선생의 시는 웅혼한 정신의 지성소와도 같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 역시 온 존재를 껴안는 절대적 존재로서 ‘그 사람’에 대한 강렬한 호명(呼名)을 토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제5연의 시적 태도는 그 도저한 거룩함의 경지에 정녕 숙연해집니다. 한 편의 빼어난 연시(戀詩)로서도 손색없는 함석헌 선생의 시를 보며 부재하는 ‘그 사람’에 대한 갈구는 마냥 커집니다.(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