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유월/ 이소연
유월은 초여름으로 흘러들어가는 입구다.
그런 날에는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고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도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고 논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 유월,
그 오목하고 조용한 세상을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다.
오월은 꽃,
칠월은 바다,
그러나 유월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것들이 은근슬쩍 제 기품을 드러낸 까닭이다.
토종개구리의 빛깔이 가장 예쁜 것도 유월이다.
작물들이 꽃을 걸고 줄기를 세워 잎을 넓히고 뿌리를 곧게 잡는 시간이 유월이라 했다.
만물이 슬그머니 평화를 짓는 시간을 유월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황금찬·시인, 1918-)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김용택·시인, 1948-)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 것도 없겠는가? 6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꺼구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_ 신영옥
김동진 曲
김용호 時
저 구름 흘러가는 곳 / 김용호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 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파아란 싹이 트고 꽃들은 곱게 피어
날 오라 부르네
행복이 깃든 그 곳에 그리움도 흘러가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가슴 깊이 불타서 영원한 나의 사랑
전할 곳 길은 멀어도
즐거움이 넘치는 나라 산을 넘거 바다를 건너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내 마음으도 따라가라
그대를 만날 때까지 내 사랑도 흘러가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가없는 하늘 위에 별빛도 흘러가라
황홀한 날이 와서 찬란한 보금자리
날 오라 부르네
쌓인 정 이를 그 곳에 별빛도 흘러가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가슴 깊이 불타는 영원한 나의 사랑
전할 곳 길은 멀어도
즐거움이 넘치는 나라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내 마음으도 따라가라
그대를 만날 때까지 내 사랑도 흘러가네
?비온 다음날 아침 오늘 6월시를 읽으며 시작하니 정말정말 좋아요 어제 저녁 아파트마당에 비바람에 살구가 떨어져 있는 거예요 손에 들고 있는 거라곤 휴대폰과 우산 밖에 없었어요 마침 비는 오지 않았어요 살구를 주워서 우산 속에 넣었어요 시인은 양산을 거구로 걸어 놓고 살구나무를 흔드는군요~~~
현숙후배 오랜만에 반가워요.
6월이 어느덧 중간을 지나네요.
시인 김현식 님의 눈은
'6월의 살구나무' 세상을 저절로 싯적으로 보게 되나봅니다.
저의 전원에도 안개비가 내려
하트구멍으로 전원을 내다 보니
멀리 보이는 산천이
꼭 산수화 같더군요.
건강히 6월을 한맘으로 담기를 바래요.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노천명·시인, 1912-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