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 조심하라!’,
이 말은 경영이나 골프에 잘 들어맞는 말일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갈 때 오히려 왠지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걱정거리가 생기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하루에도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있다.
’ 하루에도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모두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담담하게 균형을 잡아 가면서 살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골프장에서도 흥분을 조절하지 못하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버디 값’이라는 게 있다.
아마추어 골퍼는 버디를 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흥분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골퍼의 심리상태는 복잡다양하다.
‘역시, 이제야 내 실력이 나오기 시작 하는구나’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인가보다‘
‘오늘 잘 하면 베스트 스코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자네들 내 실력 봤지?’
그런데 이런 흥분상태가 다음 홀로 이어지면 그야말로 엉뚱한 미스 샷이 나오게 된다.
이게 바로 버디 한 다음에 곧바로 사고치는 ‘버디 값’이다.
미국 사람들은 ‘버디신드롬’ 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런데 버디를 한 다음에 버디 값을 하는 사람도 있고 더 잘 치는 사람도 있다.

지난번 동반자 중 한 명은 이런 말까지 했다.
"요즘은 양극화라고 하더니 버디한 사람이 버디 값은 고사하고
공을 더 잘 치고 연속버디까지 하고 있으니
골프도 사회현상을 따라 가는 거 아냐!"
그래서 이 날은 ‘버디 값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왔다.
버디를 하고 난 후 흥분하는 정도에 따라 다음 홀의 버디 값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격차이도 있지만
버디를 자주 하는 사람은 다음 홀에서도 담담하게 샷을 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한 달에 버디 한 번 할까 말까한 사람이 버디를 잡으면
흥분을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버디를 하고 난 다음 가볍게 미소만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란한 세레모니에 고함까지 지르는 사람도 있다.

지난번 동반했던 어떤 사람은 버디를 한 후
스스로 ‘나이스’, ‘잡았다!’ 하고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두 팔까지 번쩍 치켜드니까 앞 홀 캐디에게서 연락이 왔다.
"뒷 팀 이글하셨어요? 손님들이 물어 보라는데요"
그래서 이 친구에게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더니 답변이 걸작이다.
"야, 아마추어에게 버디면 최고지, 웬 말들이 많아. 버디 한 번 잡아 보라고 해 봐"

문제는 그 다음 홀이었다.
파3홀이었는데 이 버디 사나이가 흥분을 금치 못하고
공을 연못으로 화끈하게 쳐 넣고 말았다.
버디 값을 한 것이다.
앞에서 OK사인1)(웨이브)을 주고 기다리던 손님들은
슬그머니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역시 고수가 되려면 버디 신드롬을 극복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긴 하루였다.


각주
1) 웨이브(wave) : 파3홀에서 자기 팀의 볼이 모두 온그린이 되고나서 뒷 팀에게 공을 치라고 클럽을 높이 들고 신호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