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날씨가 유난히 더워서 열대야까지 극성을 부릴 때는

우리 생애에 시원한 날을 다시 볼까 싶었는데

어느새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차갑습니다.

무성하게 푸르던 나뭇잎도 알록달록하게 색이 변하여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걸 보니

새삼 자연 섭리의 위대함에 머리가 숙여지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고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가을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그대여 ~

오늘은 그대에게 등에 혹이 달린 못 생긴 짐승,

낙타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막연히 낙타의 혹 속에는 물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혹 속의 물주머니에서 물을 조금씩 꺼내어 목을 축이며 사막을 횡단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혹 속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지방이랍니다.

낙타가 사막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약 45㎏ 정도 되는 이 예비식량의 덕이랍니다.

낙타 몸은 수분의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덜 필요한 다른 기관에서 수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답니다.

또, 한 번 물을 마시면 10분에 100리터에 가까운 물을 마셔

몸속의 부족한 물을 단숨에 보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막을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짐승은

당당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아니라

바로 얄궂은 얼굴과 흉물스러운 혹을 가진 초라한 모습의 낙타랍니다.

낙타가 아주 긴 여행을 하게 되면 혹 속의 지방이 줄어들겠지요.

험한 여행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아마 껍질만 남고 지방은 다 없어져

혹 없는 낙타가 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대여.

우리 속에도 저장되어 있는 많은 재능과 은사가 있지 않습니까? 

삶의 긴 여정을 마치는 순간,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되도록

우리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열정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주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무의미한 회한도 남지 않을 테니까요.

 

참,

우리가 낙타에게서 배울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많이 어수룩해 보이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사람을 태우기 위해 무릎을 꿇는 모습은

진짜로 겸손한 자세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리도 완벽하게 자기 몸을 낮추어 엎드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모습은 꼭 하나님 앞에 엎디어 기도하는 성도의 모습 같고,

충성된 종의 모습 같습니다.

그렇게 무릎 꿇고 세상을 살아가면 넘어질 일도, 시험 들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저도 앞으로 낙타처럼 그리 온 몸과 마음을 낮추어

겸손한 자세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두루 사랑 받고 칭찬 받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