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올 여름 날씨가 유난히 더워서 열대야까지 극성을 부릴 때는
우리 생애에 시원한 날을 다시 볼까 싶었는데
어느새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차갑습니다.
무성하게 푸르던 나뭇잎도 알록달록하게 색이 변하여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걸 보니
새삼 자연 섭리의 위대함에 머리가 숙여지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고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가을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그대여 ~
오늘은 그대에게 등에 혹이 달린 못 생긴 짐승,
낙타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막연히 낙타의 혹 속에는 물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혹 속의 물주머니에서 물을 조금씩 꺼내어 목을 축이며 사막을 횡단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혹 속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지방이랍니다.
낙타가 사막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약 45㎏ 정도 되는 이 예비식량의 덕이랍니다.
낙타 몸은 수분의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덜 필요한 다른 기관에서 수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답니다.
또, 한 번 물을 마시면 10분에 100리터에 가까운 물을 마셔
몸속의 부족한 물을 단숨에 보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막을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짐승은
당당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아니라
바로 얄궂은 얼굴과 흉물스러운 혹을 가진 초라한 모습의 낙타랍니다.
낙타가 아주 긴 여행을 하게 되면 혹 속의 지방이 줄어들겠지요.
험한 여행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아마 껍질만 남고 지방은 다 없어져
혹 없는 낙타가 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대여.
우리 속에도 저장되어 있는 많은 재능과 은사가 있지 않습니까?
삶의 긴 여정을 마치는 순간,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되도록
우리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열정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주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무의미한 회한도 남지 않을 테니까요.
참,
우리가 낙타에게서 배울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많이 어수룩해 보이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사람을 태우기 위해 무릎을 꿇는 모습은
진짜로 겸손한 자세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리도 완벽하게 자기 몸을 낮추어 엎드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모습은 꼭 하나님 앞에 엎디어 기도하는 성도의 모습 같고,
충성된 종의 모습 같습니다.
그렇게 무릎 꿇고 세상을 살아가면 넘어질 일도, 시험 들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저도 앞으로 낙타처럼 그리 온 몸과 마음을 낮추어
겸손한 자세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두루 사랑 받고 칭찬 받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춘선 선배님, 그리고 봄날 가족들
모두에게 안부 전합니다.
이곳은 눈이 두 번 오더니 다시 따스해졌어요.
좋은 글 보면서 위로 받습니다!!!
금재 ~
정말 오랜만이네/
계절이 어느새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고 있구먼.
세월 참....
바쁘다 바빠를 외는 사이
큰 수저로 밥을 푹푹 퍼먹는 것처럼 나이를 먹네.
어쩜 이리도 시간이 잘 가는지 모르겠어.
요즘은 노인들의 삶을 많이 관찰하게 된단다.
머잖아 내게 닥칠 일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네.
그저 힘 있을 때 최선을 다 하고
후회 남기지 않도록 매 순간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
구체적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어.
그냥 마음을 자꾸만 더 비우고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오늘에 충실하려고 해.
금재는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날마다 행복하고 매 순간 감사하면서.....
되도록 여기서 자주 보세.
어머나, 금재왔구나.
이제 어머니 안계셔서 잘안올거야?
얼굴 못보고 보내서 미안했어.
담엔 꼭만나~!
봄날에 자주 들어와~!
춘선아~
너무 좋은 가을 편지를 읽게 해 주어서 고마워.
정말 이번 여름엔 다시는 가을이 오지 않을것 같았지?
그래~ 세월이 너무나 빠르게 가는것 같아.
환갑이 되니 더더욱 빠르게 느껴지네.
우리 안에 내재되 있는 재능과 은사를 써야 된다는 것과 낙타처럼 겸손한 태도도 배워야 한다는 얘기 모두 가슴에 꽂힌다.
이 담에 주님 앞에 어떻게 살았다고 얘기해야 할지~
주님 보시기에 하나도 좋은 모습이 없었던것 같구나.
교인들도 너의 가을 편지 보고 많이 공감하고 삶을 되돌아보고 했을것 같다.
금재 안녕?
지난번에 왔을때 인사도 못하고~
미안하고 자주 들어와.
???춘선아!!!!
죽음이 우리에게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빈 껍데기 밖에 없도록
열정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구절이 마음에 드는데....
춘선이의 글을 읽다 보니까, 춘선이가 꼭 인생을 해탈한
성자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춘선아!!!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사는듯한 네가
자랑 스럽구나.
난.......
보이는 무릎이 꿇어지지 않는다.
모두 무릎을 꿇을 때 나만 방자하게 책상다리하고 앉는다.
무릎이 아파서 안 꿇어지는 것이다.
그럴적마다 느끼는점은....
무릎도 꿇어질때 꿇어야 한다는것,
낭종엔 진짜 꿇을일이 있을때 안꿇어진다는것,
내안의 내가 너무도 커서,
보이지 않는 무릎이라도 꿇어야지..........
난....
가을에 편지 쓰기싫어.
언젠가 어느 가을날
가을에 편지 쓰다가
몸과 맘이 홀딱 뺏겨 병원에 실려 갔었지.
다신 그 어려움에 빠지고 싶지 않아.
???순호는 병원 까지 실려갔었구나.
감성이 너무 풍부하다 보면 그런일도 겪는 것이 아닐까?
난 가을만 되면 쎈치해져서
누군가가 꼬시면 홈빡 넘어 갈 것 같은데....ㅎㅎㅎㅎ
난 이런 글 보면 공연히 기가 죽는다오.
감성이 메말랐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나의 감성은 이성이라는 굴레에 꼭 갇혀서 몸 밖으로 나와 본 일이 별로 없어요.
그냥 혼자서 이리 저리 생각만 할 뿐이지.
그 생각이 좋아서 여고 시절에도 지금도 혼자 걸어다니는 걸 참 좋아한다.
친구들하고 함께하기에는 연습 시간 레슨 시간에 밀려서 ...................................................
하긴 난 이성적인 부분이 강하긴 해요.
걷다가도 어느정도 지나면 돌아갈 거리 계산해서 끝내곤 했으니까!
게다가 누가 꼬셔도 전혀 안넘어가요.
이런 여자를 누가 꼬시려 들겠어요?
오호 애재라~~~~~~~~~~~~~~~~~~~~~~~~~~~~~~~~~~~~~~~~
근데 내가요 어제 일 하나 했어요.
우리 애들 삼촌이 미국으로 가면서 두고간 컴퓨터가 있는데
그걸 거실 티브이에 연결 시켜서 큰 화면으로 보게 만들었지요.
이 생각은 남편이 했는데(자기 방에서는 모니터와 티 브이로 두개 화면을 보고 있거든요.)
서비스를 부르니까 바쁘다고 다음 날이나 된다고 해서리...........................................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개 연결 시키는 거야 공유기도 필요하지만
모니터 대신 티브이 한개만 쓰는 거야 뭐 문제가 있겠나 싶더라구요.(빙고!)
남편이 방으로 들어간 뒤에 살살 일 저질러보니 아이고 어쩌면 쓸대없는 케이블이 주렁주렁~~~~~~~~~~~~~~~~~~~~~~~~~~~~~~~~~~~~~~~~~~~~~~~~~~~~~~~~~~~~~~~~~~~~~~~~~~~~~~~~~~
뭘 잘 모르니까 요기기에서 조기기로 더듬더듬!
그리고 관계없는 건 걷어내고............................
그동안 위성 안테나니 디브디기기니 이것저것 연결할 때마다
기사들이 와서는 하고 나서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방치해둬서 이리 된거지요.
그냥 빼주기만 하면 우리가 다 치울텐데 남의집이라고 너무 무심했어요.
거의 다 했는데 나와보고는 놀라서
"당신이 못한다니까이~~~~~~~~~~~~~~~~~~~~~~~" 어쩌고 하면서 빽빽 거리더니만
멀정하게 다 된 걸 보고는 갑자기 싱글벙글해서 나머지는 자기가 깨끗이 손보더라구요.
원래 너무 꼼꼼하게 손을 잘 봐서 피곤했는데 이제 나이드니까 만사 귀찮아졌나 봐요.
대신 수십년 같이 산 내가 잘하게 됬지요. ㅎㅎㅎㅎ
근데 소리가 안나서 컴퓨터집에 전화해보니까 별도로 음성 케이블을 연경 시켜야 된대네요.
결국 다음날 가서 사다가 그동안 다운 받아 놓은 것들 거실에서 느긋하게 즐기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 몸은 더 바쁩네다.
오는 길에 닭다리 사다가 해피콜 오븐에 감자하고 구웠더니 진짜 맛있더라구요.
이거 이거 가을 편지 분위기 다 깨서 어쩐디야~~~~~~~~~~~~~~~~~~~~~~~~~~~~~~~~~~~~~~~~~~~~~
근데도 왜 이런 글을 올리냐 하면?
이렇게 온 가족이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요.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커피향에 안락한 거실~~~~~~~~~~~~~~~~~~~~~~~~~~~~~~~~~~~~~
???우와!!!!
명옥이가 해냈구나.
나도 저걸 해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으면서 다른 일에 밀려서
차일 피일 했는데, 시간내서 해야 하겠다.
걱정은 컴퓨터 방과 거실 TV가 너무 멀어서 그것이 문제다.
누구에게 물어봤더니 선이 짧아서 많이 이어야 한다고 하드라.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언니!~
컴퓨터전체를 아예 거실로 옮기시던가 조금 기다리시면 애들이 자꾸 컴을 바꾸걸랑요.
그럴 때 그거 얻어다가 그냥 TV 에 따로 연결하시는 게 나아요.
집안에 선이 줄줄 있으면 그것도 스트레스거든요.
자식들에게 그런 이야기 해놓으면 자기들 꺼 막 갖다줘요.
집집마다 오래된 컴퓨터 한두대는 대개 있거든요.
어쩌다보니 저희는 3식구에 컴퓨터가 6대가 됬어요.
형이 두고 가고 삼촌이 할머니집에 두고 가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뭘 내꺼까지하고 망서리지만 점점 욕심나고 그래요.
올 가을 나 처럼 뼛골 쑤시게 만끽하고 있는 사람도 없을거예요.
하늘빛 둏던 초가을엔 도쿄 한복판 긴자의 쇼핑가에서 폼잡고 차를 마시고 앉았던 내가
지난주엔 촌할매(울엄니 친정형제)들을 모시고 꽉 채운 사흘간 단풍든 충청, 강원도 일대 유람.
그저껜 멋 모르고 천방지축 시이모네 고구마 캐기에 나섰다가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고,
어저껜 '사리'라나 '조금'이라나 물이 많이 빠졌다는 지세포 바닷가에서 쭈구리구 앉아 조개 캐다가
오금이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슴다. (조개 캔 시간 보다 넘의 바구니에 얼마나 잡았나 들여다 보구 다닌 시간이 더 많음)
반 바케스쯤 잡은 거 낯모르는 할머니가 ' 조개를 많이 못 캐서 버스비만 버렸다길래 딱해서 절반 덜어 드리고,
오다가 외삼촌네 들러 자랑삼아 보이기만 하려다가 또 절반 덜어 드리고 나니 애개 ~ 한웅큼뿐이 안 남았네.
무진장 재밌을 것 같아서 덤벼들었던 우에 세가지 일은 두번 다시 못 할것 같으요.
순영 언니
난 원래 고구마 좋아했는데 이젠 고구마 생각만 해도 허리가 아퍼요.
캐온 조개를 바닷물을 떠와 하룻밤 담가놓는데 밤중에 열어보면 다 입을 벌려 촉수를 길게 빼고 있어요.
나는 먹는 재미도 재미지만 그게 신기해서 .
어제는 더구나 물 빠진 때가 휴일 오후여서 애 어른이 다 놀이삼아 나왔구
지나가던 관광객까지 차 세워두고 적당한거 찾아 들고보니
원래는 호미로 캐는건데 숟가락으로 캐는 사람도 있고, 도라이바로 헤집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명옥 언니 우리가 일본 있을 때
시외사촌이나 이종, 우리 조카 또래들이 번갈아 가며 노인들을 모시고 여기 저기 잘 다녔는가봐요.
83세이신 울엄니부터 줄줄이 그리고 그 딸네들 총 열한명이었는데 평균 연령 70세쯤 될걸요.
노인들은 다녀와서 다 몸져 누우셨다는데 원래 그러니까 걱정할거 없다대요.
사흘만에 툭 툭 털고 일어나셔서 ' 또 갔으면 ' 하신대요.
찬정이네 가문은 명문이 틀림없어.
집안이 저렇게 우애있고, 어른 공경하는 집안이면 꼭 복 받을꺼야.
대 가족 드라마를 잘 쓰시는 김 수현 작가님에게
소스를 제공하면 어떨지.....
사흘만에 툭 툭 털고 일어나셔서 '또 갔으면'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상상만해도 행복해진다.
아이고~ 여기서 진짜 이야기 꽃이 피고 있네요 ㅎㅎ
수다방은 안방이고 여기가 사랑방 같으네요.
따스한 아랫목에서 다리 쭉 펴고 무릎담요 덮고는 찬정이가 사온 고구마 쪄서 먹으며 얘기 하는거 같아요.
명옥아~
우리 가는날은 풀린다더라.
낼은 춥고 모래는 괜찮데~
좀 추우면 어떠니~ 옛정 나누며 가니 무조건 좋은거지~
정말로 여기에 모두들 오롯이 모여 계시네요.
다들 반갑고 정겨워요.
저는 오늘 계룡산 자락인 수통골에 다녀왔어요.
산 전체가 울긋불긋 하더라고요.
날씨가 제법 매워서 산책은 많이 하지 않고
따뜻힌 커피 전문점에 앉아서 가을산을 만끽했답니다.
배도 좀 샀지요.
생강과 도라지와 은행을 넣고 달인 배즙도 샀고요.
유성배는 달고 물이 많기로 유명하거든요.
농가에서 직접 내다 파는 것이라
간혹 울퉁불퉁 못 생긴 것이 있기는 해요.
그래서 더 정겹고 값도 헐하게 줬어요.
내일은 어머니한테 다녀올거에요.
이 글은 우리 교회 주보에 싣기 위해 쓴 것입니다.
그냥 나누고픈 마음이 들어서....
오늘도 참 좋은 날씨네요.
모두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