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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예요?

아이들이 낮잠자는 조용한 시간,  잠들기 힘들어하는 아이의 등을 문질러주고 있는데 케이디가  고개를  "쑥"내밀며 내게 물어온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어  휴식을 취하는 시간,

유난히   몸이 마르고 다리가 길어 여기저기 걸려  자주 넘어지는 케이디는 오히려 이 시간이 되면 눈이 더 말똥말똥해진다.

그림을 그리고  색깔 칠하기 놀이를 하는 아트 테이블을  두시간 넘게 혼자 독차지하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여전히 그림그리기에 한창 바쁘더니...

요사이  며칠  계속  나를 그리고는  선물이라며 "불쑥" 내게 내밀어주곤한다.

처음에는  공주 그리기에 심취해서 공주 왕관을 그려달라고  여러 번 부탁하더니 어느 사이 왕관을 혼자서도 잘 그리게 되었다.

 

아이가 어느 덧 잠이 들어 막 일어나려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파란 색"  드레스를 입은 애나가  하얀 도화지 안에서 예쁘게 웃고

있다.

아이들이 보는 눈은 어른들과 달리 그들의 눈에 보이는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는데  나의 머리 스타일을 아주 비슷하게 그려놓았다.

속눈썹이 나의 작은 눈에서 조금 떨어져 나가긴 하였지만...

실제보다 조금 큰 귀걸이가 둥그런 모양으로 귀 아래 제대로 붙여져있다.

 

오늘은 체크 무늬 바지를 입고 출근하였다.

아이들이  낮잠자는  이 시간,  케이디의  "애나그리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트 테이블에서  잘 보이지않는 곳에  내가 앉아있으니  마치 모델을 살피는 화가처럼  그녀가 연신 나를 쳐다보고 돌아가기를 여러 번...

 검정 체크 대신 붉은 색 체크 무늬 바지를 입은 애나가  두 다리를 벌리고 씩씩하게 서서  걸어나오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애나의 스펠링을 알게되었고 자기 이름도 쓸 줄 알게된 케이디는 그림을 그린 후 꼭 이름을 써넣곤 한다.

"A, N, N, A,  애나 맞지요?"

케이디가 그렸으니 내 이름도 써야되요.

 

처음에는 바르게 잘 쓰더니 어느 사이 반대방향으로 스펠링을  쓰고있다.

굳이 고쳐주려 하지않아도  그 아이는  저절로 알게되리라.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가는 그 과정처럼, 그 아이에게도 하나의 거쳐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있는 케이디를 보고있으니 지난 달에 대이케어를 떠난  탐슨이 그리워진다.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데 바로 앞에 서있던 탐슨이 불쑥 말하였다.

"애나, 우리 엄마 일자리를 잃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탐슨 다시 말해주겠니? 

우리 엄마 요...일자리를 잃었대요. 그래서 집에서 쉬면서 우리를 돌보아주고 대이케어는 그만 올 거예요...

 

요즈음 세계적인 불황으로 주변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걱정은 하였지만  탐슨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무척 안타까웠다.

떠나는 날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탐슨이 이렇게 말하였다.

"애나, 내가 떠나면  나 보고 싶어질까요? "

"그야 물론이지...  많이 보고 싶어질거야."

어쩌다 하루만 안보여도  보고 싶어지는 아이,

누구에게라도  따스하게 다가가고  유난히  남자아이들과 친하게 어울려지내는 톰보이 같은  아이,

 

 

탐슨은 어느사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탐슨 옆에 애나,  크리스틴, ...... 차례대로  우리 교실  교사들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애나, 내가 보고 싶으면 이 그림을 보아요. 저기 벽장 위에 붙여놓으면 되겠네요.

 

갈색 옷을 잘 입던 탐슨 옆으로  그 모습들이 비슷한  레인보우 교실 교사들이   무지개처럼 밝게 웃으며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