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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나는 앨프(산타를  도와서  일하는  요정)예요. 지금 산타의 선물을 배달하고  있어요."

우리 반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고 체격도 아주 작은 해일리가  눈덩이를 들고 와서  눈을 반짝거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촤이나 타운 놀이터 옆에는 커다란 정자(파고다)가 하나 있고  선락파크라는 넓다란 공원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오늘처럼 눈이 아주 많이 내린 날, 우리는 대이케어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놀이를 나간다.

 

오래된 전나무 숲에는 벌써 까치와  까마귀들이 한바탕 놀이를 하면서 눈을 날리고 있고  나무가지마다 쌓인 하얀 눈이

신비감마저 들게하는 이 곳,

적막하던 숲에서 갑자기 눈 무게를 견디지못한 나무가지가 "뚝"하고 부러져내린다.

 

해일리의 가장 친한 친구, 애비는  벌써  많은 산타 선물을 모아서 양쪽 다리 사이에  눈덩이들을 쌓아놓고 아주 밝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늘 투정이 많고 울기도 잘하는 애비의 천진스런 모습이 눈 위에서 더욱 밝게 보인다.

 

남자 아이들은 무릎까지 쌓인 눈 위에서 신나게 달리기를 하더니 어느 새  무릎으로 기면서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평소에도 늘 기차"토마스"에 관심이 많은 코너는 오늘도 맨 앞에서 "기차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추-추- 추가 추가 추- 추"

 

기차는 눈 쌓인 벌판을 잘도 달려가고 기차가 지나 간 자리에는 두 줄도 선명하게 레일 자국이 남아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기차놀이를 하다가  한 명씩  벤치 쪽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저 녀석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가까이 다가갔더니  자기들끼리  순서를 정해서 커피 브레이크를 가는 것이었다.

"커피 브레이크" 를 외치며 한 명씩 달려 나가서 커피를 뽑아 들고오는 흉내를 내고 다시 기차 줄 속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나면서  한국 유치원 아이들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무리의 남자 아이들은 지난  번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반은 녹고 반은 낙엽과 함께 다시 얼어있는 눈사람 앞에 모여서있다.마이클이 눈사람을 발로 차면서 얼음조각을 떼어내고 있다.

"우리는 눈요새를 만들거예요."

 

그리고는 그 눈얼음 조각을 한 쪽에 쌓아올린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서로 도와서 얼름조각들을 부지런히 날라 눈요새를 만든다.

 

한조각 한조각 쌓아올리니 제법 그럴듯한 눈요새가 만들어졌다.

 

야트막한 언덕에서는  아이들이 눈구르기에 한창이다.

눈에 덮였던 잔디밭이 아이들이 몇 차례 구르고나자  털이 부숭부숭한 야생동물처럼 바닥을  드러나고 만다.

눈구르기에 지친 아이들은 다시 달려오면서 무릎으로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입가에 묻은 눈을 얼른 혀로 핥아먹던 제이콥이 "씩"하고 웃어보인다.

 

기차놀이를 하던 코너가 눈 한 가운데 "벌렁"하고 눕는다.

"코너, 하늘을 쳐다보니?"하고 묻자

"아니요. 눈천사를 만들고 있어요." 한다.

 

눈에 찍힌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스노우 훼어리, 스노우 훼어리" 하며 외쳐댄다.

 

 대이케어 아이들은 요정 이야기를 자주 한다.

젖니가 빠질 때에도 아이들은 이의 요정이 베게 밑에 돈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성탄절이 다가오는 요즈음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그 명단을 만든다.

그리고 그 명단을 적은 편지를 산타에게 우편으로 부치는데

주소는  북극이고 우편번호는 HOH  OHO 이다.

산타의 웃음 소리 "호호호" 가 그의 우편번호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우리는 산타에게서 온 답장을 받았다.

요즈음 산타와 그의 요정들이 얼마나 빠쁘게 일하는지...  레인디어들은 산타와의 여행이 끝난 후 휴가를 갈 예정이라는...

물론 우체국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초록색(남자아이), 빨간색(여자아이)으로 써서 보내준 것이다.

 

문가 옆 벽에 붙여놓은 그 산타의 답장에 써 있는 자기이름을 아이들은 오가면서  손가락으로 따라써보고 문질러보기도하면서

싼타의 선물을 기다린다.

12월이 시작되면 우리는 또 하나의 달력놀이를 한다.

 

성탄절인 25일까지, 아니 산타가 오기까지 몇 일이 남았는지 하루하루 세어나가는 수놀이이다.

 

마이클은 어제 아트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산타에게 편지를 써달라고한다.

명단을 적을 때 "리모트 컨트롤"이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진흙에서도 탈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하단다.

아마도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눈놀이에 지친 아이들이 커다란 전나무 아래로 모여서서 다람쥐 구멍 찾기 놀이를 한다.

여름 내 파란 잔디 밭 위로 달리기를 하던 다람쥐들이 보고싶은 모양이다.

 

오래된 전나무에 있는  구멍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아이들이

하얗게 눈이 쌓인 들판 위로  다람쥐 흉내를 내며 달려간다.

 

놀란 전나무에서 눈이 후두둑 떨어지고 하늘에는  철새, 구스들이  V자를 그리며 날아간다.